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공룡 항공사’ 탄생
[서울=뉴시스] 특수 컨테이너가 대한항공 화물기에 탑재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0.07. photo@newsis.com |
15일 정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확정되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 대상 기업 한쪽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한쪽이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 신고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때 경쟁제한성을 따진다. 예컨대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독과점사업자가 탄생하는 경우 자산 매각, 요금 인상 제한과 같은 시정조치를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하거나, 이런 시정조치로도 경쟁제한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불허’를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공정위 승인을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22.9%, 19.3%다.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 등 양사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은 총 62.5%를 점유하게 된다. 이른바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상황인 만큼 공정위로선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위가 강력한 시정조치와 함께 승인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항공이 스스로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핵심 자산 매각, 주요 노선 포기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대한항공으로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 이번 인수 추진의 주요 배경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고, 대한항공 역시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로서도 강한 시정조치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2020.11.06. chocrystal@newsis.com |
일각에선 공정위가 ‘예외규정’을 적용해 대한항공의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을 따지지 않는다. 회생이 어려운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보다, 기업결합 승인으로 해당 회사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것이 경쟁 촉진 관점에서 더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이 경우 공정위는 △재무구조 △지급불능 가능성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회사 설비 등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려운지 여부 △해당 기업결합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다른 기업결합이 이뤄지기 어려운지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게 된다.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심사가 대표 사례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 점유율이 승용차 55.6%, 버스 74.2%, 트럭 94.6%로 높아지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기아차가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며, 현대차의 인수로 산업합리화, 국제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3년간 트럭의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유지’밖에 없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것도 예외조항 적용 사례다. 당시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2013~2019년 자본잠식 상태고 △2020년 3월 말 기준 1152억원 규모 미지급 채무액을 상환하기 어렵고 △제주항공 외 인수 희망자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대한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 “아직 기업결합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회생 불가 회사’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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