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도, 사실관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투기세력의 욕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까지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습니다.”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자, 한진그룹이 이처럼 연일 입장문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25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붕괴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계약에는 한진칼의 유상증자 성공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의 제1선행조건”이라며,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진칼 유상증자가 막히고, 이에 따라 인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긴급히 필요한 6000억원의 자금 조달도 불가능해진다”며, 아시아나항공도 존폐 위기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진칼의 참여를 전제로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조5000억원과 사모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는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획이다.
첫 단계에서 산업은행은 3자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인수로 3000억원 등 8000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하기로 했다. KCGI는 이에 반대해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다.
KCGI “가처분 인용시에도 다양한 대안으로 항공업 재편 가능”
KCGI는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 수집을 청구하면서, 산업은행의 양대항공사 합병 방안이 “조원태 구하기”라는 의구심을 표했다. 사모펀드인 KCGI는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을 다량 확보한 뒤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는 등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 왔다.
24일에는 입장문을 통해 “진정으로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이 항공업 재편을 희망한다면, 가처분 인용시에도 다양한 대안으로 항공업 재편의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져도 항공업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KCGI는 “가처분 인용시에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KCGI 주주연합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가능한 대안들을 여러 핑계로 무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대는 대신 한진칼에 자금을 대면서 “대한항공과 진에어에는 이사 지명권이나 의결권도 가지지 않고, 한진칼에만 의결권과 이사지명권을 갖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1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추가 투입하면서도 항공사 직접 감독은 포기한 셈”이라고 산업은행의 의중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한진그룹 “실권주 일반공모로 연말까지 자금투입 불가능”
한진그룹은 KCGI가 제시한 대안들이 선택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안은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며, “아시아나항공에 연말까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방식으로는 연말까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며,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산업은행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후 실권주를 인수하면 되지 않느냐는 KCGI의 주장 또한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상장사는 실권주 발생 시 법에 따라 발행 철회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실권주 배정이 가능하더라도 “실권주가 얼마나 발생할지 전혀 알 수 없어, KCGI만의 구두 참여의사만으로는 추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항공산업 재편이라는 목표로 감시와 견제를 위한 산업은행의 투자 목적에 비춰봤을 때 산업은행이 필요로 하는 규모와 지분율을 맞출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산업은행 역시 23일 보도자료에서 대한항공 대신 한진칼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번 합병은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뿐 아니라 양사 산하 LCC와 지상조업사 등 관련 자회사들의 기능 재편까지도 포함”돼 있고, “한진칼은 지주회사로서 전체적인 통합과 기능 재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은이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세부적인 통합·기능 재편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한진칼에 대한 신규 투자가 구조개편 작업의 전체적인 지원 및 감독에 있어 기대되는 의의와 효용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KCGI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의 개최도 요구한 상황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별개로 당분간 이어질 조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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