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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30, 2020

애 있는 집에만 ‘성범죄자 상세정보’…두려움에 떠는 1인가구 여성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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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서울시 강남구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씨(32)는 뉴스 중 성범죄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스마트폰으로 ‘성범죄자 알림e’ 앱부터 검색한다.

인근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 새로 이사를 온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습관은 지난해 5월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려고 한 ‘서울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을 접한 뒤부터 생겼다.

한씨는 “신림동 사건의 경우 1초도 안되는 시간 차로 여성이 무사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주 ‘성범죄자 알림e’ 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의 자세한 신상정보 제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재범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성범죄자 알림e’가 현재 성범죄자의 주소를 번지수까지만 공개하고 있어, 신상공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거주지(읍·면·동) 내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있는 가정과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에 우편으로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공되는 신상정보엔 성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신체사이즈, 전자발찌 착용 유무, 거주지 주소가 상세하게 표시돼 있다.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하지만 여성 1인 가구는 우편고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번지수까지만 알 수 있다. 성범죄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면 단지와 동까지는 알 수 있으나, 호수는 알 수 없다.

자취 생활 13년차인 김모씨(35·여)는 “‘성범죄자 알림e’에는 성범죄자 거주지 정보가 번지까지 나오는데, 같은 건물인지 옆건물인지 알 수가 없어 더 불안하다”며 “우리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편함을 살펴봤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현재 국내 여성 1인 가구 수를 291만4000여곳(2019년 12월 기준)으로 파악했다. 이는 국내 전체 가구 중 14.6%, 1인 가구 중 49.3%에 해당한다.

지난해 서울 신림동과 광주시 등에서 혼사 사는 여성을 노린 주거침입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 주거침입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발생건수 1만1634건(검거건수 8806건, 검거인원 1만959건), 2017년 1만1829건(검거건수 8903건, 검거인원 1만1086건), 2018년 1만3513건(검거건수 1만141건, 검거인원 1만2821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성범죄자 상세 정보 고지 대상을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범위가 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8년 12월 개봉한 배우 공효진 주연의 영화 ‘도어락’. 이 영화는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렸다.

2018년 12월 개봉한 배우 공효진 주연의 영화 ‘도어락’. 이 영화는 혼자 사는 여성의 원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범죄자 상세 신상정보 공개 대상 제한은 성범죄자의 ‘인권침해’와 ‘이중 처벌’, ‘사회 부적응’ 등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성범죄자 신상 관련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다면 성범죄를 실질적으로 예방·방지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지나치게 제한돼 있는 신상정보 공개는 큰 의미가 없다”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공개해야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회의원은 지난해 7월 여성 1인 단독가구에도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우편고지할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으나,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여성 1인 가구를 노린 성범죄가 늘고 있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21대 국회에서 재발의해 1인 가구 여성들이 우편으로 성범죄자 상세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 대상에 여성 1인 가구를 포함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는 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21대 국회에서 입법 발의되면 관계부처의 입장을 조율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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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1,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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